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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가지의 스테이에 온 듯한 세 식구의 집은 미니멀하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아이디어 덕분에 비어 있지만 채워져 있다.
필요한 만큼의 살림살이와 수납공간을 갖춘 집.
비움의 미학을 추구하는 집은 많지만 진정으로 ‘쉼’을 추구하는 집을 만나긴 쉽지 않다. 독립해서 프리랜스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송정원 씨의 집을 한 단어로 표현 한다면 ‘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어디에서도 자주 보지 못한 집주인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집이자 마치 여행지의 어느 숙소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여행지에서 숙소에 도착하면 짐을 내려놓고 하나씩 찬찬히 둘러보기 마련이지 않은가. 이 집은 그럴 만한 요소가 꽤 많다.
고민이 담겨 있는 소재
TV 대신 책장과 의자만 두고 으레 소파가 놓이는 벽면에는 제작한 테이블을 두어 작업대처럼 사용하고 있는 거실. 옆에 보이는 장은 에어컨을 가릴 용도로 제작한 캐비닛이다.
집 안에 들어서면 왠지 일반적인 집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마이크로토핑으로 시공한 바닥 때문일 것이다. 마이크로 토핑은 아주 고운 입자의 시멘트 가루와 특수 소재를 결합한 소재다. 친환경적인 데다 시공법에 따라 회벽 같은 독특한 무늬를 볼 수 있어 최근에 찾는 이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집 안 전체의 바닥을 회색 톤의 마이크로 토핑으로 마감했더니 집보다는 디자인 숙소나 스튜디오처럼 느껴진다. 송정원씨는 “집에 맘보와 보람이라는 두 마리 고양이가 있어요. 털이 많이 빠지는데, 바닥에 털이 잘 보이지 않아서 좋기도 하고, 털이 쉽게 붙지 않아 청소기로 미는 것도 간편해요”라며 바닥재에 정말 만족한다고 말한다.
TV 대신 책장과 의자만 두고 으레 소파가 놓이는 벽면에는 제작한 테이블을 두어 작업대처럼 사용하고 있는 거실. 옆에 보이는 장은 에어컨을 가릴 용도로 제작한 캐비닛이다.
맨발에 닿는 촉감은 타일보다 부드럽고, 덜 차가웠다. 또 보통 집 공사를 앞두고 있으면 의욕이 넘쳐 공간마다 소재를 달리해달라는 요청이 많기 마련이다. 디자이너로서는 통일한 소재가 미적으로 훨씬 더 아름답지만 고객에게 선뜻 하나의 소재로 통일하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것이 현실적인 고민일 것이다. 마미지 실장은 “집 전체가 하나의 컨셉트로 보일 수 있게 모두 오크 무늬목의 가구로 맞췄어요. 공간마다 다른 소재나 스타일을 넣기보다 통일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요. 이런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줘서 디자인이 쉽게 잘 풀렸어요”라고 말한다. 덕분에 어느 곳도 따로 겉도는 공간 없이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현관에는 거실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하면서 빛은 은은 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파이버글라스 소재로 작은 창을 냈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한지나 닥종이처럼 독특한 무늬를 볼 수 있어 독특하다.
편안하되, 단조롭지 않은 공간
주방 가구는 하나의 소재로 통일했다. 대신 밋밋함을 줄이기 위해 끝부분을 곡선 형태로 만들고 식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에도 스테인리스 소재를 더해 포인트를 줬다. 최근 유행하는 컬러감 있는 냉장고 대신 블랙 컬러의 냉장고를 두어 공간에 무게감을 더했다.
집안에 가구나 물건이 많지 않지만 공간이 마냥 단조롭지는 않다. 그 이유는 곳곳에 색다른 장치를 해두었기 때문인데, 거실에는 소파와 TV 대신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책장만 두었지만 창가쪽은 툇마루처럼 단을 높였다. 부술 수 없는 내력 벽 뒤로는 선반을 짜서 최근 관심사 중 하나인 가드닝을 위한 식물을 놓았고, 반대편에는 여름에만 사용하는 에어컨을 가릴 수 있는 큰 장을짰다. 식물을 올려둘 경우를 대비해 나무벤치의 일부는 스테인리스로 마감한 점도 아이디어다. 툇마루에 걸터앉듯 앉아 집을 보고 있으면 바람이 지나다니는 길만 느껴질 만큼 시원한 여백의 미를 맛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집은 여름과 꼭 어울린다.
주방 가구는 하나의 소재로 통일했다. 대신 밋밋함을 줄이기 위해 끝부분을 곡선 형태로 만들고 식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에도 스테인리스 소재를 더해 포인트를 줬다. 최근 유행하는 컬러감 있는 냉장고 대신 블랙 컬러의 냉장고를 두어 공간에 무게감을 더했다.
거실 창가에 단차를 준 것처럼 침실에도 침대 대신 토퍼만 깔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단을 높였고, 주방 가구는 끝부분을 곡선 형태로 만들어 부드러운 요소를 더 했다. 또 원래 다용도실이었던 문을 벽으로 만들면서 다구를 수납할 수 있는 귀여운 선반도 만들었다. 언뜻 보면 휑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집은 구석구석 이렇게나 이야기가 많다.
바닥에 신발을 둘 수 있게 제작한 신발장. 안쪽 옷방의 옷장도 제작한 것.
유리섬유로 마감한 현관의 벽. 중문을 설치하기에는 현관이 좁아서 작은 창을 내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심플한 취향
직업이 카피라이터인 송정원 씨 부부는 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니멀리스트다. 최근 맥시멀리즘이 유행이지만 이들 가족은 꿋꿋하게 미니멀리스트 의 길을 걷고 있다. “보통은 집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요청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수납 공간이에요. 물건을 수납할 공간을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많죠. 그런데 송정원 님은 일단 보기 좋게 디자인을 하면 그에 맞게 짐을 더 줄이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라며 마미지 실장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식구가 함께 사용하는 옷장도 단출했고, 딱히 수납공간을 따로 만들지 않았음에도 장식을 위한 물건 외에는 전부 보이지 않게 수납이 가능했다. 맥시멀리스트의 집처럼 물건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덜할지 몰라도 비움의 매력이 있다. 이 집은 물건이 아닌 공간으로 취향을 말하고 있다.
다용도실이었던 벽을 막으면서 다구를 보관할 수 있는 슬라이딩 형태의 선반을 제작했다.
단을 높여 독특한 좌식 형태의 침대를 만든 침실. 소반 위에 올라가 있는 반려묘 맘보.
벽에 조명만 설치해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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